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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수) 교육부는 “늘봄학교 한 달 , 참여학교‧학생 크게 늘었다” 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습니다. 보도자료의 요지는 늘봄학교 참여학교 수가 기존 2,741개에서 2,838개로 늘어났고, 늘봄학교 참여학생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182,493명)의 74.3%에 달하는 13.6 만 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강민정 의원실에서 3월 25일(월)부터 4월 4일(목)까지 2,838개 ‘전체’ 늘봄학교 참여학교를 대상으로 상세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육부의 자화자찬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우선 교육부는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 수가 2,838 개나 된다고 자랑하지만 이들 학교에는 1학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학교도 포함되어 있으며, 돌봄의 주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1‧2학년 학생 수가 다 합쳐야 몇 명 되지 않는 학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학생 수가 적다고 돌봄 수요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돌봄 문제가 심각한 과밀학급을 보유한 과대학교들은 정작 늘봄학교 사업을 적게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체 2,838개 참여학교 가운데 1학년 학생 수가 168명(과밀학급 기준인 28명*6학급) 이상인 학교 수는 고작 223개교로 전체의 8%에 불과합니다. 과밀학급을 포함 과대학교들이 집중된 경기 지역 같은 경우에도 전체 975개 늘봄학교 가운데 149개교(15%)만이 1학년 학생 수가 168명을 넘어서는 학교들입니다. 서울 지역은 전체 38개 학교 가운데 이에 해당하는 학교가 아예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O 초등학교는 전체 1학년 학생 수가 45명에 불과하지만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고 , 바로 인근에 위치한 H 초등학교는 1학년 학급 수만 13개, 학생 수는 297명에 달해 돌봄 문제가 극심한 학교이지만 정작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참여학생 수 역시 자랑합니다. 늘봄학교 참여학생이 13.6만 명이라는 것인데 그러나 이 수치는 2시간 무료로 지원되는 ‘초 1 맞춤형 프로그램’ 외에도 오전‧오후‧저녁돌봄 이용자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선택형 프로그램’(이른바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자까지 포함된 숫자입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비용을 내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까지 늘봄학교 실적으로 포함시키고 홍보하는 모양새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강민정 의원실은 늘봄학교 세부 사업별로 이용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늘봄학교 대표적인 세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2 시간 무료 ‘초 1 맞춤형 프로그램’ 의 경우 전체 늘봄학교 참여학교 1학년 학생(188,610명)의 37%인 70,694명만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면 신청하여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대상 학생의 절반에 미치지도 못하는 숫자입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나머지 아이들은 오전‧오후‧저녁돌봄을 이용하거나, 방과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늘봄학교로 돌봄의 질을 높이고 대기 없이 원하는 학생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던 돌봄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아침돌봄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은 전체 늘봄학교 참여학교 1학년 학생의 1%(2,439명) 뿐이고, 오후돌봄의 경우에는 22%(41,477 명), 저녁돌봄의 경우에는 1%(1,831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참여하는 학생 수만이 아닙니다.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먹고 , 제대로 쉬고 있는지 그 어디에도 관련된 조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3 월 18~22 일 5 일간 저녁돌봄에 참여한 학교 중 급식, 도시락, 간편식, 빵/음료 등 어떠한 형태로든 석식을 제공한 사례를 물었습니다. 전체 2,838개 학교 가운데 오직 14%인 411개 학교만이 석식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지역에서 184개 학교가 석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전체 참여학교 가운데 오직 8% 만이 석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돌봄교실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 신설된 늘봄학교 돌봄교실 수가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합쳐 375개실에 불과합니다. 그중 서울 1 개실, 인천 7 개실, 경기 5개실 뿐이고 부산이 200개실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돌봄교실 확충이 더디니 자연스럽게 늘봄전담사 인력 충원도 더딥니다. 2024년 추가로 확보하거나 확보 예정인 돌봄전담사는 전체 239명에 불과합니다. 돌봄문제가 집중된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포함해 강원, 충남, 전남, 전북, 경남 모두 0 명입니다.
현재 있는 돌봄교실이라도 좋은 환경을 갖추었으면 괜찮을텐데 그것도 아닙니다. 현재 초1 맞춤형 프로그램도 아닌 돌봄교실을 겸용교실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1,578 개실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늘봄학교 전면실시 지역인 전남지역은 무려 492개의 돌봄교실이 겸용교실입니다. 초1 맞춤형 프로그램 확대로 이미 수없이 많은 교실이 ‘겸용교실화’ 되고 있고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제 돌봄교실까지 겸용교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 사정을 따지지 않고 무리하게 학교로 돌봄을 떠넘긴 필연적 결과입니다.
물론 교육부도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2024 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보면 ‘교사연구실’을 만들어주거나 겸용교실 교원에 대한 지원으로 ‘학급 청소비’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시방편도 이런 임시방편이 있나 싶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 2,838개 참여학교의 교사연구실을 모두 합쳐봐야 고작 319개실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울, 인천, 충남, 세종, 광주, 제주는 교사연구실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학기부터 초등학교 1학년 대상 모든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할 예정이라는데 도대체 교사들은 어디로 가서 다음날 수업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교사연구실만 없는 것이 아닙니다. 늘봄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반발에 부딪힌 것이 바로 교원들에게 과중한 교육 외적인 업무가 부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만들고 그곳에 늘봄전담인력을 배치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2,838개 학교 가운데 208개 학교만이 별도 공간에 늘봄지원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경기를 포함하여 제주, 경남, 대전, 전남, 전북, 광주, 세종, 충북, 충남, 강원 지역은 독립된 늘봄지원실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늘봄업무가 어떻게 완전히 학교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초 1 맞춤형 프로그램의 교원 참여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전국적으로 3,810명의 교원들이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경기지역이 특히 문제입니다. 경기지역은 초1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교원 수가 2,097명으로 외부강사 수(2,906명)에 버금갑니다. 경기와 같이 학생이 많은 지역들은 원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외부강사로만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이고 자연스럽게 교원의 참여가 많아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과대학교의 늘봄학교 신청률 저조는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정책 홍보에 나서고 있는 교육부는 정치 하기를 멈추고 오로지 교육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늘봄학교 참여학교 수나 학생 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말 제대로 된 돌봄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지 따지고 또 따져봐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 (1학년)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 참여학교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에 나서길 촉구합니다. |
